FOUNDRY SEOUL © 노경 Courtesy of FOUNDRY SEOUL, Seoul

이지현 :

파운드리 서울이 이태원에 개관한다는 기사를 접한 2021년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파운드리 서울은 어떤 갤러리이고, 지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듣고 싶습니다.

파운드리 서울 :

파운드리 서울은 2021년 6월 개관한 동시대 미술 갤러리입니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파운드리 서울은 심도 있는 전시와 출판을 통해 시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독창적인 질문을 제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장종완 작가, 한상아 작가, 윤미류 작가 등 주목할만한 국내 작가를 해외 무대에 소개하고, 헤닝 스트라스부르거, 율리아 아이오실존,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 아스트리드 테라자스 등 해외 이머징 아티스트들의 국내 첫 개인전을 선보이며 국내외 유망한 젊은 작가들의 더욱 활발한 활동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뒷받침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지현 :

저 또한 파운드리 서울 전시를 즐겨보는 관람객 중 한 명인지라 오늘의 이야기가 무척 기대됩니다. 본격적인 첫번째 질문인데요. 파운드리 서울은 공간이 무척이나 크고, 또 지하 1,2층으로 이어지는 벽면은 아티스트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공간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갤러리스트이자 기획자에게는 파운드리 서울의 공간은 어떤가요?

파운드리 서울 :

파운드리 서울 전시장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작품이 잘 전달 될 수 있는지, 전시에 최대한 한계가 없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지, 동시에 관객분들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지였고 그러한 공간을 만들 싶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파운드리 서울의 아이코닉한 벽면이라고 할 수 있는 가로 10미터 세로 8미터의 대형 보이드 공간이 탄생했어요. 파운드리 서울 전시 공간은 갤러리스트에게도 그리고 작가님들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매우 도전적인 공간이에요. 압도하는 공간이 오히려 작업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작가를 섭외할 때 이런 부분들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토비아스 카스파 파운드리 <Personal Shopper(2022)> 서울 전시 전경. ©노경 Courtesy the artist and FOUNDRY SEOUL

다만 충분히 힘이 있고 공간과 어울리는 작업이라는 판단이 들면, 섭외 이후에는 작업을 믿고 대범하게 기획해 나갑니다. 특히 작품이 프레젠테이션되는 방식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젊은 작가님들도 많다는 점도 기획을 해나갈 때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에요. 파운드리 서울 전시는 대부분 작가들의 신작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고, 특히 보이드 공간에서 소개하는 작업은 모두 공간을 고려하여 제작되는 신작이기 때문에 작가님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확장시키고 발전시킬지 기획을 하면서 저 역시 많이 기대가 됩니다. 또한 젊은 작가님들이 대형 벽면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맥락에서 자신의 작업을 바라볼 수 있고 작품 세계를 확장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지현 :

작가와 기획자 모두에게 도전적이고 대범함을 요구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럼 이번 전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공인 윤미류 작가와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또 그런 인연 이후 전시를 결심하게 된 계기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파운드리 서울 :

작년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금천예술공장에 갔었습니다. 당시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에서 작가들이 작업하고 있는 스튜디오를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가 진행되었고 우연히 윤미류 작가의 작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빈 스튜디오에 작가의 대형 작업이 하나 걸려있었고 단 하나의 작업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굉장히 압도되는 느낌을 받아 한동안 머물러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작가의 전시나 작업을 계속해서 팔로우했고 이렇게 ‘잘 그리는’ 국내 작가를 다양한 해외 갤러리스트, 콜렉터들이 서울을 방문하는 국제적인 행사인 프리즈 서울 기간에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전시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리즈 서울 기간에 파운드리 서울의 전시를 찾아주신 많은 해외의 갤러리스트, 콜렉터분들이 윤미류 작가의 대담한 붓질과 독특한 미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 매우 뿌듯했었습니다.

이지현 :

이번 전시의 디피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실 무척 놀랐습니다. 작가의 작업들이 정말 미스테리했거든요. 스신하게 다가오기도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작가의 신작 계획을 맨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어떠셨나요?

Miryu Yoon © Noah Courtesy of the artist and FOUNDRY SEOUL, Seoul

파운드리 서울 :

윤미류 작가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만들어내 듯 실제로 연출한 장면을 사진으로 담고 이후 회화로 번역하는 독특한 방법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극적인 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갖고 출발했습니다. ‘늪’이라는 배경을 들었을 때는 기획자로서는 기대감과 함께 굉장히 설레고 흥분되었습니다. 윤미류 작가의 ‘늪’은 어떤 곳일까, 윤미류 작가의 붓질로 재탄생되는 감각들은 어떻게 전달이 될까 궁금했었고 처음 작가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봤을 때 충격적일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느끼며 하루빨리 관객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던 설렜던 마음이 기억에 납니다.

“왜 설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늪에 사는 인물들은 모두 여성으로 묘사되는 것일까? 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다양한 문화나 배경에서 시작된 설화에 등장하는 늪에 사는 여성 인물들에 주목하여 그들을 한 맺힌, 혹은 무자비한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가진 유혹적인 힘이나 미스테리에 주목하여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작업들을 선보입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스산한 분위기의 대형 작업들을 선보인 것에 대해 굉장히 대범한 전시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윤미류 작가 작업의 회화적 특징이나 매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이지현 :

특히 그런 압도감은 역시나 대형 벽면이라 할 수 있는 갤러리 지하 1,2층으로 이어지는 보이드 공간에서 절정에 달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개인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을 보기도 했는데, 직접 그리셨더라고요. 벽화는 이번 전시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윤미류, Do Wetlands Scare You?, FOUNDRY SEOUL, 2024’ 전시 전경
©노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FOUNDRY SEOUL

파운드리 서울 :

벽화는 작가의 스케치 작업 중 하나를 확대하여 벽면에 그린 작업입니다. 작가가 직접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며 전체 벽면을 채웠어요. 이번 전시에서 함께 소개되는 회화 작업들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한 인물이 손에 솔방울을 들고 있는 장면인데 벽에 걸린 회화 작업이 솔방울을 가리고 있어 마치 멀리서 세 등장인물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관객이 전시장에 들어옴과 동시에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어떠한 사건에 휘말린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관객분들이 작품을 시각적으로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작품이 전달하는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늪의 서늘함을 전달하기 위해서 전시장 온도를 낮추기도 하고, 어두컴컴하고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습지의 스산함을 전달하기 위해 바닥에 어두운 색의 카펫을 설치하기도 했어요. 벽화도 비슷한 의도로 기획된 장치로 지하 1층, 지하 2층 전시장을 아우르며 관객의 동선을 따라오며, 동시에 멀리서 보면 전체 이미지가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거친 붓질만 보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감각들을 전달 하고자 했습니다.

이지현 :

지하에서 커튼을 열고 벽면을 보았을 때 경험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모두 꼭 보러 가셨으면! 또 올해 대만의 당다이 아트페어에서 윤미류 작가님의 작업을 선보이는 솔로부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전 앞두고 작은 쇼케이스 전시같은 느낌도 받았는데요. 대만에서 윤미류 작가의 작업을 선보여야 겠다 결심한 이유와 대만에서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Taipei Dangdai 2024 파운드리 서울 부스 전경, 출처 : 파운드리 서울 인스타그램

파운드리 서울이 대만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자리였기 때문에 파운드리 서울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잘 드러냄과 동시에 한국의 신진 갤러리, 한국의 젊은 작가의 역량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부스 규모는 작았지만 작가의 대표작들을 잘 선별한 후 작가의 작업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일반적이지 않은 설치 방안을 모색하여 현지 설치 팀과 함께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며 의도했던 프레젠테이션을 구현했을 때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만 미술 시장의 특성상 신진 갤러리로서 낯선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아트 씬에 대한 높은 기대와 윤미류 작가 작업을 향한 진지한 관심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번 전시를 앞두고 국내 미술계에도 작가를 미리 소개할 수 있는 기회였고 실제로 당다이 아트페어 소식에 국내 콜렉터분들께서도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이지현 :

대만 컬렉터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생생한 이야기 감사드려요. 다시 돌아와 파운드리 서울에 대한 궁금한 점을 몇가지 더 여쭙고 싶습니다. 뉴욕의 나다(NADA) 아트페어를 비롯해 국내 뿐 아니라 함께하는 작가분들이 글로벌 씬에서 조명받을 수 있도록 힘쓰는 갤러리라 생각합니다. 동시에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파운드리 서울이 여러 해외 페어에 참여하고, 또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이유와 동력이 궁금합니다.

파운드리 서울 :

불과 몇 년 전 만 해도 글로벌 미술 시장과 국내 미술 시장이 완전히 분리가 되어있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프리즈 서울의 시작과 함께 많은 갤러리스트, 작가, 이외 미술 관계자 분들의 치열한 노력 덕분에 서울이라는 도시와 한국 작가들을 향한 시선이 이제는 정말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언어적, 문화적, 혹은 시스템적 한계가 있었다면, 지금은 정말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어요. 저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서울의 유망한 작가들이 글로벌 아트 씬에서 더욱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신진 갤러리가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해외 페어에 나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출처 : 파운드리 서울 인스타그램

파운드리 서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당연한 미션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NADA NEW YORK 에서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종완 작가의 솔로 부스를 소개하였습니다. 전체 부스 중 다섯 개의 부스를 선정하는 Curated Spotlight에 선정되며 재정적으로 일부 지원을 받고, 뉴욕타임즈, 아트뉴스 등 메이저 매체에서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장 관객과 콜렉터에게도 정말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작가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고, 더욱 많은 작가들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이지현 :

내년까지의 전시 계획도 모두 나왔을 것 같습니다. 빠른 미래 안에 파운드리 서울에서 힘주어 진행하는 전시나 이벤트가 있다면 스포가 가능할까요?

파운드리 서울 :

매년 갤러리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특히 내년 봄에는 파운드리 서울의 메인 전시장에서 첫 그룹 전이 있을 예정입니다. 모두 다른 배경을 가진 5명의 젊은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며 더욱 풍부한 대화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지현 :

마지막으로 공식 질문입니다. 이 글을 읽을 한화 라이프플러스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파운드리 서울 :

우선 파운드리 서울에 관심 가져 주시고 글을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년 한화 라이프플러스와 처음 인연이 된 이후 한화 라이프플러스 독자분들을 위한 특별하고 경험을 드리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서울은 관객분들이 동시대 미술을 더욱 재미있고 즐겁게 경험하고 탐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심도 있는 전시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예술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운 일상이 되시길 바랍니다.

Courtesy of FOUNDRY SEOUL

윤미류

Do Wetlands Scare You?

Astrid Terrazas

Los Rostros Falsos

2024. 8. 23. - 10. 5.

FOUNDRY SEOUL

글. 이지현

사진. 파운드리 서울

비하인드 더 아트ㅣ전시를 위해 대범함이 필요한 공간, 파운드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