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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29(금) 8:30 AM

라이징 뮤지션 10ㅣ드러머 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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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음악인


수년간 한국 재즈에 관심을 기울인 음악 애호가라면 재즈 드러머이자 작곡가 서수진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과감하고 진취적인 밴드 편성, 작곡, 즉흥연주를 통해 재즈계에서 확고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연주자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2019년에는 그녀가 속한 크로스오버 재즈 그룹 니어 이스트 쿼텟(Near East Quartet)으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을, 2021년에는 자신의 앨범으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최우수 연주’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서수진은 미국 유학 전에 펑크, 소울 밴드에서 연주하기도 했고, 2015년에는 데뷔 앨범 [The Moon in Your Hand]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가 드러머 서수진의 음악적 색깔을 살피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을 조금 뒤인 2018년으로 옮겨놔야 할 것 같다. 2018년은 서수진이 자신의 2집 앨범 [Strange Liberation]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자기 연주를 과감히 드러낸 해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이 앨범에선 일반적으로 재즈 밴드에서 필수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피아니스트가 배제된 편성으로 녹음됐다는 점이다. 두 대의 색소폰과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밴드. 평소라면 피아니스트가 연주의 중심에서 화성 진행을 이끌 텐데, 여기에는 빠져 있었다. 이건 서수진의 의도였다. 화음을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나 기타를 빼고, 선율을 연주할 수 있는 색소폰, 그리고 리듬을 맡는 베이스와 드럼으로 소리에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었다. 그래서 연주를 들어보면 조금은 낯설 수 있지만, 각 악기가 긴밀하게 이어져 있고, 또 더 명확하게 들린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수진은 화성 악기를 배제했다고 하여 이 팀의 이름을 ‘코드리스 쿼텟’(Chordless Quartet; 화성 악기가 없는 4인 밴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8년에는 서두에 소개했던 니어 이스트 쿼텟의 앨범 [Near East Quartet]이 발매된 해이기도 했다. 독일에 위치한 세계적인 재즈 음반사 ECM 레코드에서 발매된 작품이자 재즈와 국악, 즉흥연주가 조화된 크로스오버 앨범이었다. 이렇게 2018년에 서수진은 걸출한 두 작품을 내놓으며 재즈계의 가장 뜨거운 연주자가 되었다.


2020년에는 피아노-베이스-드럼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트리오 앨범 [Colorist]를 발표했다. 재즈를 들을 때 듣게 되는 빌 에반스 트리오(Bill Evans Trio)나 키스 자렛 트리오(Keith Jarrett Trio) 등 우리가 숱하게 접했던 피아노 트리오의 서정성이나 멜로디 중심의 연주에서 다소 멀찍이 떨어진 음악이 담긴 앨범이었다. 이번에는 즉흥연주와 소리적 색채감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파격이었다. 이 앨범으로 서수진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수상한다. 같은 해에 서수진은 색소폰 연주자 고단열과의 듀오 앨범 [Alchemy]를 통해 즉흥연주와 긴밀한 인터플레이(상호적인 연주)를 선보였고, 2021년에는 코드리스 쿼텟의 새 앨범 [Roots to Branches]를 발표했다. 2022년에는 두 명의 국악인 황진아, 김보림과 함께 ‘밤 새’라는 팀으로 앨범 [커뮤니케이션]을 발표했다. 재즈와 국악의 크로스오버지만 역시나 예상한 뻔한 크로스오버 음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서수진의 음악을 듣기에 앞서서 우리는 ‘재즈란 음악은 어떤 소리를 낼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잠시 내려놔야 한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재즈에 대한 인상은 대개 1950년대 전후의 음악에 멈추어 있기 때문이다. 드러머 서수진의 음악은 이 순간의 작곡과 즉흥연주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의 재즈이고, 아마도 이전에는 접해본 적 없었던 새로운 음악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시도와 사운드는 해외에서 지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전 세계 재즈 매체에서 이름이 오르며, 서수진의 밴드는 세계 각지의 주요 페스티벌과 쇼케이스 무대에 초청받고 있다. 현재 서수진은 말 그대로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연주자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런 서수진이 오는 4월에 피아니스트 베니 그린(Benny Green)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베니 그린은 고전적인 어법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으며, 정통 재즈의 계승자다. 전설들의 음악성을 이어받은 피아니스트 베니 그린은 한국의 가장 현대적인 재즈 드러머인 서수진과 어떤 합을 보여줄까? 중요한 건 이들 모두 탁월한 재즈 뮤지션이자 즉흥연주자라는 사실이다. 준비된 연주와 즉흥적인 연주, 고전적인 연주와 현대적인 연주가 치열하게 어우러지며, 우리의 예상 밖으로 나아가는 음악의 즐거움을 꼭 만끽하길 바란다.


서수진 코드리스 쿼텟 ‘Mr.Mickey’


서수진 컬러리스 트리오 ‘Uncertainty’


밤 새 ‘여름’

프로그램 제공자: LIFE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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