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기획한 팀의 비하인드를 들어보는 코너

먼저 인터뷰 요청주심에 감사드리며, LIFEPLUS ART독자들에게 리만머핀과 뛰어난 작가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전시의 BTS (behind-the-scene)을 통해 한층 더 전시와 작품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 리만머핀 서울 박지민(Registrar & Exhibition Associate)

이번 인터뷰는 리만머핀 서울의 박지민 님 (Registrar & Exhibition Associate)께서 함께해주셨습니다

이지현 (April) :

1996년도에 설립된 리만머핀이 2017년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2000년도부터 서도호, 이불, 서세옥과 같은 국내 작가들을 소개했고, 여러 나라의 동시대 작가들을 알려왔는데요. 리만머핀은 어떤 것에 방향성을 두고 있는지와 한국에 오신지 8년차에 접어든 소감이 궁금합니다:)

Photo by OnArt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박지민 :

리만머핀은 1996년 뉴욕을 기점으로 설립 후 현재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세계의 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지리적, 그리고 예술사적으로 특정 범주에 국한하지 않고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저희는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등 다국적 작가들을 새로운 지역에 소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국내에 뿌리 내린 1세대 해외 갤러리 중 하나로, 서울을 활발한 예술적 실험과 교류의 장으로 발판 삼아 이불, 서도호, 서세옥 등 국내작가의 작품을 세계적인 무대에 소개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최근 전속 계약을 체결한 성능경 작가와 김윤신 작가를 비롯하여 앞으로도 더 많은 국내 작가들의 더욱 활발한 활동을 뒷받침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 입니다.

이지현 (April) :

그런 작가 중에 이번에 소개하는 마릴린 민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디지털 사진을 찍지 않고 암실 작업을 통한 사진 위에 페인팅을 곁들이는 독특한 작업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작가가 추구하는 메세지 때문에 특히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올해 첫 개인전으로 마릴린 민터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요.

Photo by OnArt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박지민 :

이번 전시는 리만머핀 서울이 올해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고 마릴린 민터의 첫 한국 개인전이어서 의미가 큽니다. 리만머핀은 지난 몇 년 동안 홍콩, 대만과 베이징 등 아시아 주요 지역에서 민터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품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며 한국의 관람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습니다. 작가도 서울에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이지현 (April) :

이번 전시는 특히 여성의 입과 입술 이미지를 매혹적으로 제시하는 회화를 선보이는데요. 작가 만큼이나 갤러리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까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안점은 무엇일까요?

Photo by OnArt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박지민 :

여성의 얼굴, 클로즈업 된 입술 및 치아, 그리고 목걸이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목선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들은 여성 표현에 관한 담론 및 매력과 아름다움의 개념을 꾸준히 탐구해 온 작가의 대담하고도 꾸준한 실험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가 공유하는 ‘페미니스트적 렌즈’를 통해 여성의 이미지를 고찰해보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민터에게 입과 입술은 그 모양과 행동에 따라 다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직감적으로 읽혀지는 섹슈얼한 의미와 우리가 숨을 쉬는 일종의 통로이자 존재를 증명하는 요소로써의 입과 입술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의미와 상징성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입과 입술을 전시장의 한 공간에 담았고, 전시관의 좌측과 안쪽으로는 젊은 여성의 입술과 이미지를 배치해 대비감을 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전시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 작가가 강조하는 아름다움과 그 반짝임이 돋보이도록 신경썼습니다. 또한, 작품 외에도 작가의 뉴욕 작업실에서 촬영된 영상 또한 함께 보여지고 있으니 전시를 먼저 둘러보신 후 영상을 시청하며 작가의 언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이지현 (April) :

이번 신작이 곧 있을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선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콩에 방문할 독자들을 위해 어떤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Photo by OnArt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rt Basel Hong Kong 에서는 Booth 1C22에서 리만머핀을 만나볼 수 있다.

박지민 :

리만머핀 서울 전시의 연장선으로 회화 작품은 물론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Thirsty (Drinking Fountain) (2023) 또한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Thirsty (2023) 작품은 작가의 2017년 작 Smash (아메리칸 모터스 코퍼레이션 사의 70년대 소형차 페이서를 개조하고 민터의 2009년 영상Green Pink Caviar를 더한 작품) 이후 작가의 두 번째 멀티미디어 조각입니다. 상단의 화면에 크롭과 확대된 입술이나 혀, 그 밖에도 작가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침, 머리카락, 때(오염) 등의 요소들이 계속해서 상영됩니다. 음수대에서 나오는 물줄기는 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체액에 대한 개념을 더욱 극대화 시킵니다.

이지현 (April) :

남성의 관음적 시선을 전복시키고 여성 스스로 섹슈얼리티와 성적욕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의 반론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양성 평등을 추구하는 페미니스트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Photo by OnArt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박지민 :

마릴린 민터는 여성의 형태를 보는 이의 관음적인 시선에서 보여지는 자로 뒤바꿈으로써 남성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그의 주제는 오랜 세월 사회에 의해 일탈로 치부되어온 여성의 성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욕망과 권력을 온전히 통제 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사회운동가이자 여성으로서 민터는 여성에 대한 표현과 사회단체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이해하고 꾸준한 작업을 통해 여성들에게 거칠고도 도발적인 이미지에 대한 권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들을 폭로해 왔습니다.

초기 작업에서 남성 소비자를 위해 그려졌던 에로티카 이미지를 탐구했고, 여성 소비자가 젼유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에로티카를 구축함으로써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회복시키고자 했습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러한 착취적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 관중들은 여성들이 섹슈얼한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불쾌해했지만 민터는 여성들의 그러한 자발적 태도에 더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여성권을 위해 목소리를 더욱 높였고 여성이 스스로의 섹슈얼리티와 성적 욕구 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여성 신체의 복권과 과거 여성을 대상화한 남성의 관음증적 시선을 전복시키는 데 계속해서 앞장섰습니다.

Photo by OnArt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이지현 (April) :

출판부터 영상, 광고, 비디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발표했고, 수프림과의 보드 제작이나 마돈나의 영상 활용 등 수많은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해왔습니다. 갤러리측에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콜라보레이션이 작업을 확장해 나가는데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지민 :

마릴린 민터는 많은 대중문화적 요소를 작품에 녹여냈는데 그 중 패션계의 전설 미셸 라미와의 협업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2014년 노화와 관련된 작업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기념하고자 했을 때 프랑스 태생의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인 미셸 라미(Michèle Lamy)가 모델로 참여했습니다. 두 여성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아름다움의 전통적 개념에 도전하고 재정의하는데 힘써 왔으며, 다양성을 포섭하는 여성성의 상징에서 예술의 역할과 중요성을 중시해 왔습니다. 미셸 라미는 금과 다이아몬드 등으로 장식한 치아와 북아프리카 베르베르 족에서 영감을 받은 타투 등을 통해 예술과 삶에 대한 도전적인 태도를 꾸준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리만머핀 서울 전시에서 선보이는 Michele Lamy (2014) 작품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혹시 미드 “가십 걸”에 마릴린 민터의 작품이 등장하는 걸 아시나요? 저도 뒤늦게 알았지만 제가 학창시절 보고 자란 TV 시리즈에 민터의 작품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화려하지만 물질주의적이고 피상적인 상류층, 그리고 그들의 소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드라마에 나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Photo by OnArt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그 밖에도 민터는 한국에서는 3월 13일 개봉 예정인, 나탈리 포트만과 줄리앤 무어 주연의 영화 ”May December(메이 디셈버)” 의 화보 촬영을 맡았습니다.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회화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진 작업 또한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더욱 풍부한 감상이 될 것 같습니다.

*화보 관련 링크: https://www.thewrap.com/julianne-moore-natalie-portman-deception-perception

이지현 (April) :

마릴린 민터의 작업을 이번에 처음 접한 관객이 많을텐데 민터의 작업을 이번 리만머핀의 전시로 처음 마주하는 관객에게 가이드나 팁을 준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박지민 :

아무래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이니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마릴린 민터는 사진, 회화, 영상, 설치를 넘나드는 다학제적인 작업을 통해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작업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솔직함을 드러냅니다. 현대 소비문화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대중 매체 속 여성의 이미지에서 의도적으로 숨겨졌던 체모, 튼살, 더러운 발 등의 신체 요소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을 은폐하기보다 여과 없이 드러냄으로써 여성성을 둘러싼 프레임의 전환을 도모합니다. 또한,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이미지의 폭격에 대항 하고자 하며 여성의 신체를 둘러싼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들을 탐구합니다. 작가는 특히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성과 여성 신체의 상업화에 꾸준한 의문을 제기하며 욕망과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합니다.

Photo by OnArt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작가의 작업 기법 또한 눈 여겨 볼 요소입니다. 민터의 회화는 포토 리얼리즘으로 다루어지곤 하지만 다른 포토 리얼리스트나 극사실주의 작가들과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뇌합니다. 그는 이미지를 왜곡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고자 하는데 직접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시작됩니다. 유리 뒤에 모델을 배치하여 촬영할 때는 유리 표면의 김이나 서리 등으로 이미지에 왜곡을 주기 위함과 동시에 그의 작품을 사실주의와 추상적 개념 사이에 머물게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반투명의 에나멜 페인트를 칠한 사진 위에 또 덧칠을 통해 깊이있는 거리감과 유화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밀도감을 형성하는데, 이는 멀리서 보면 사진 같지만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추상적인 형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는 사실주의적 이미지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의 눈 앞에 민터의 작품은 은유적이고 암시적인 심상을 가져다 줍니다.

이지현 (April) :

작가님이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시나요? 만약 하신다면, 내한시 주요 스케줄이나, 만약 하지 않으신다면 한국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지민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작가의 첫 개인전이기도 해 한국 방문을 굉장히 기대하고 계십니다. 전시는 3월 7일(목) 정식 오픈 예정이나 작가님은 3월 말 방한을 계획 중이며, 3월 29일(금)에는 우정아 교수님과 함께 아티스트 토크가 갤러리에서 예정되어 있으니 이 또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이지현

비하인드 더 아트 : 리만머핀 서울 - 전시 기획 팀의 비하인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