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처럼 아름다운 목소리

문미향은 애써 나서지 않아도 그 자체의 빛을 감출 수 없는 보컬리스트다. 나는 그녀를 2022년에 ‘재즈피플’의 라이징스타로 처음 만났다. 그 이후로 문미향은 조용히 자신의 앨범을 준비했고, 2023년에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첫 정규 앨범 [I Wish On The Moon]을 발표했다. 따뜻하고 아름답게 재즈 명곡들을 불러서 담아낸 앨범이었다. 이 앨범으로 그녀는 올해 열릴 예정인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과 ‘올해의 신인’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그녀에게 음악에 관한 질문을 건넸다.

💬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노래하는 문미향이라고 합니다. 작년 1집 정규앨범 [I Wished On The Moon]을 발매했고요. 아메리칸 송북에 있는 재즈 스탠더드 곡들을 주로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입니다.

💬 최근에 단독 공연도 했는데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작년 10월 정규 1집 앨범을 발매하고 지난주에 앨범 쇼케이스를 마쳤어요. 첫 단독 공연이라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많은 분이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사랑을 듬뿍 받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려면 더 열심히 활동해서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활동 계획도 짜보며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하시고 계신데요. 재즈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 하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시절 입시 준비를 하며 처음 노래를 배웠던 선생님께서 재즈를 좋아하셨던 게 자연스레 좋은 영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후 실용음악과에 진학하여 재즈 앙상블 수업을 들었는데 혼자 MR로 즐겨 부르던 재즈곡들을 실제 악기들과 함께 연주했던 게 너무 재밌어서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특히 연주자들이 제목과 곡의 코드 진행만 알면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는 것을 잼(jam)이라고 하는데, 서로의 음악적 언어에 집중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는 게 정말 즐겁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뭐든 다 잘하고 싶었던 열정 넘치던 학생이었는데 어렵고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시작은 내가 이걸 기필코 잘해내고야 말겠다는 도전정신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근데 하다 보니 재즈에 푹 빠져 활동도 하게 되고 정신차려 보니 앨범도 내고 여기까지 왔네요. (웃음)

💬 세상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는데, 재즈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살아있는 라이브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장르 중 재즈만큼 다양하고 다채로운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은 없다고 생각해요. 같은 곡이 어떤 구성으로 어떤 편곡으로 연주되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느낌의 음악이 되기도 하고, 즉흥연주로 만들어지는 음악이다 보니 같은 곡을 어떤 관객과 어떤 멤버와 나누느냐에 따라 또 다른 에너지로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제가 하고 있지만 늘 멋진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제가 재즈 뮤지션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런 마음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점점 이 음악에 더 진심을 다해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 2022년에는 ‘재즈피플’에서 선정하는 라이징스타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선정되었을 당시에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고, 또 라이징스타 선정이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도 궁금해요.

라이징스타는 20대의 재즈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타이틀이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그랬고요. 코로나를 겪으며 특히 힘들었던 시기에 주신 기회라 더 감사하고 값진 일이었습니다. 현재의 나를 만들어주고 이끌어준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준 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덕분에 정규 앨범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재즈에는 스탠더드라는 게 있죠. 많은 연주자가 오랫동안 연주해온 명곡을 말하는데요. 문미향 씨는 스탠더드곡을 진지하게 노래하고 계시잖아요. 문미향 씨가 생각하는 스탠더드곡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같은 곡을 여러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당장 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Detour Ahead’라는 곡을 음원사이트에 검색하면 정말 많은 버전이 나와요. 우선 크게 분류하면 연주곡과 보컬곡으로 나뉘는데, 같은 연주곡이라고 해도 다 같지가 않아요. 피아노가 멜로디를 연주하느냐 색소폰이 멜로디를 연주하느냐에 따라서도 느낌이 완전 다르게 들리고, 보컬곡도 여성 보컬리스트인지 남성 보컬리스트인지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고요. 또 여성 보컬리스트도 모두 다 다른 느낌, 다른 편곡, 다른 구성으로 연주하죠.

단 한 곡으로 시작해도 정말 다양한 뮤지션과 그들의 앨범을 알 수 있고 또 그 앨범엔 분명 다른 스탠더드곡들도 있을 테니 정말 듣다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 따로 없답니다. (웃음)

💬 이 곡은 꼭 들어보면 좋겠다, 하는 스탠더드곡이 있을까요? 스탠더드곡에는 다양한 버전들이 있으니 추천하는 연주자의 버전도 함께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아마드 자말(Ahmad Jamal)의 ‘Poinciana’라는 곡! 들을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곡이에요. 이 곡이 너무 좋아서 정규 앨범의 1번 트랙인 ‘The Nearness Of You’의 편곡에도 ‘Poinciana’와 같은 모티브의 리듬을 그대로 가져와 편곡하기도 했어요. 또 이 트랙은 작년 4월에 세상을 떠난 아마드 자말의 음악에 헌사를 바치는 의미를 담은 것이기도 해요.

💬 독자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보컬 재즈곡이 있을까요?

추천하고 싶은 곡이 정말 많지만, 최근에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빌리 홀리데이>(원제: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를 봤었는데요. 지금은 재즈 스탠더드곡이 된 빌리 홀리데이의 자작곡인 ‘Strange Fruit’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와요. 그 곡이 빌리 홀리데이가 당시 흑인들의 아픔을 대변해서 쓴 곡이었던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당시 미국 정부의 압박과 통제 속에서도 그녀는 꿋꿋하게 이 곡을 공연 때마다 불렀으며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고 그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고요.

그런 그녀를 보며 인간으로서, 같은 보컬리스트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떨 땐 누군가를 대변하기도 하고 또 그들을 위로해줄 수도 있는 그런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존경하는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의 ‘Strange Fruit’이라는 곡 그리고 기회가 되신다면 꼭 영화까지 함께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문미향 씨가 재즈를 노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늘 솔직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럽게 노래를 들려준다면 내 노래를 듣는 관객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제 음악을 듣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 많은 분이 재즈 연주곡은 어려워하지만 재즈 노래는 상대적으로 친숙하게 느낍니다. 저도 보컬 재즈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문미향 씨는 보컬 재즈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가사'가 아닐까 싶어요. 멜로디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거기에 가사와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전달이 훨씬 잘되기 때문에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재즈곡은 노랫말이 영어라서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전달되는 게 매력인데요. 그래서 멜로디가 좋다고 생각한 재즈곡이 있다면 꼭 가사를 해석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가사를 알고 듣는 노래는 더 특별하게 들리기 때문이죠.

💬 작년에는 많은 팬들이 기다렸던 데뷔 앨범 [I Wished On The Moon]을 발표했어요. 앨범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과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제가 특히 애정하는 11곡의 스탠더드곡을 골라 다채롭게 편곡하여 담은 정규 앨범입니다. 재즈 음악이 처음이신 분들도 듣기에 어렵지 않은 앨범이니 편하게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들어보시고 좋으셨다면 재즈는 꼭 라이브로 들어야 제대로 즐기실 수 있으니 재즈 클럽에도 놀러 오셔서 꼭 아는 척해주세요!

💬 독자분들이 꼭 들어봐주셨으면 하는 수록곡이 있다면요?

‘Skylark’이라는 곡을 우선 들어보신다면 나머지 수록곡들은 안 들어보곤 못 배기실 거예요. (웃음) 아무래도 앨범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범의 초반 스케치를 도와줬던 곡인데요,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종달새를 표현한 곡이에요. 이 노래를 들으면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의 풍경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저절로 힐링이 되는 그런 트랙이 아닌가 싶습니다.

💬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꼭 앨범에서 노래해보고 싶은 곡도 있을까요?

‘Stardust’라는 곡이요!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이라는 작곡가를 정말 좋아해요. 호기 카마이클의 곡에는 이 작곡가만이 가진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그 감성을 노래로 표현하는 건 특히 즐겁습니다. 이번 앨범에도 호기 카마이클의 곡이 두 곡이나 있고, ‘Stardust’도 원래 리스트에 있던 곡이었는데 수록하지 못하게 되어 정말 아쉬웠어요. 다음 앨범에는 꼭 수록하고 싶은 곡입니다.

💬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과 ‘올해의 신인’ 부문에 후보에 올랐는데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작년 한 해는 저 자신을 되돌아보며 많이 배우고 느꼈지만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었는데요, 그 모든 게 헛되지 않았다고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주변에 감사했던 분들께 연락을 드려 소식을 전해드렸어요. 후보에 오른 거지만 저에겐 수상한 거나 다름없어요. 정말 많은 분의 사랑과 관심으로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신 응원의 메시지라고 여기며 앞으로도 감사히 활동하겠습니다.

💬 데이빗 베누아와 박제신 잼 밴드의 공연에 색소포니스트 이삼수 씨와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인데요. 이번 공연을 앞둔 소감이 궁금합니다.

데이빗 베누아는 대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앨범을 자주 들었던 뮤지션이에요. 특히 제인 몬하이트(Jane Monheit)과 함께한 [2 In Love] 앨범을 좋아했었는데, 이번에 앨범의 타이틀곡을 데이빗 베누아와 함께 연주하게 되어 너무 설레어요!

그리고 제가 앨범 수록곡 중 추천드린 ‘Skylark’도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제안해 주셨는데요. 앨범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 오시는 분들은 꼭 두 곡 모두 음원으로 들어보시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데이빗 베누아에게 이번 공연은 한국 재즈 뮤지션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동료 뮤지션분들과도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될 공연이라 저 역시 잔뜩 기대하고 있답니다. 라이브룸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감사합니다.

📹 문미향이 부르는 재즈 스탠더드곡 ‘Skylark’

📹 문미향이 앨범에 수록하고 싶었던 곡 ‘Stardust’

📹 문미향의 추천곡: 아마드 자말의 명곡 ‘Poinc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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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뮤지션 09ㅣ보컬리스트 문미향